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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묵

침묵...


이창남

1.여기저기 말을 겁니다

마주친 시선 없나 요리조리 고개를 돌리며

여기저기 말을 겁니다.

여기저기 말을 걸어보지만

고웁게 흘러내리는 노랑머리 스다듬 듯

내 말은 외로움으로 흘러갑니다.

여기저기 말을 걸어보지만

내 귀에 들려오는

사춘기 큰 놈의 문 닫는 소리

아내의 찰랑찰랑 키 뭉치 소리

나와 아무 상관없이 아우성치는 놀이터의 아이들 소리

스산한 마음을 쓸고 가는

고라니 한 마리 내빼는 소리

꽃들은 나 몰라라 딴청하고....

혹여 말을 걸까하여 빠르게 지나가는 바람소리...

여기저기 말을 걸어보지만

못 알아먹는 파랑 눈의 아가씨는 뒷걸음치며

내 말을 훔쳐 달아납니다.

만물 속에 숨어계시는 당신께....

말을 걸어 보지만....

당신은 오늘도 침묵하십니다.

2. 쫓아가며 말을 걸지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귀를 막습니다.

쫓아가며 말을 걸며

귀에 대고 얘기하지만

고웁게 흘러내리는 노랑머리 스다듬 듯

내 말은 외로움으로 흘러갑니다.

쫓아가며 말을 걸지만

예민하게 언성 높여 분노하고

바람 쐐자는 권함을 뿌리치고

나와 아무 상관없이 아우성치는 놀이터의 아이들 소리...

고라니 뒤를 쫓듯 내 마음에 돌을 던지고

당신만 바라보는 나를 민망하게 하니

나는 이리저리 흔들리며

괜히 돌을 톡톡 건듭니다.

쫓아가며 말을 걸지만....

모든 만물 속에서 나는 당신에게 말을 걸지만..

당신은...

나를 보지 않습니다.

내게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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