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절 만찬, 세데르에 관하여
유대인의 세데르 만찬 (Pesach Seder)
세데르(Seder, סֵדֶר) 만찬은 유대인의 유월절(페사흐, Passover, פֶּסַח) 첫날 밤에 행하는 의식적인 식사로,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에서 해방된 사건(출애굽)을 기념하는 중요한 절기입니다. “세데르”라는 히브리어 단어는 “질서(order)“를 의미하며, 정해진 순서에 따라 진행됩니다.
1. 세데르 만찬의 의미
유월절은 이스라엘 백성이 모세의 인도로 이집트에서 탈출한 사건을 기념하는 절기입니다(출애굽기 12장). 하나님께서 마지막 재앙으로 이집트의 장자를 치실 때, 문설주에 어린양의 피를 바른 이스라엘 집을 넘어가셨다(패스오버, Passover)는 데서 “유월절”이라는 명칭이 유래했습니다.
이 사건을 기억하기 위해 유대인들은 매년 유월절 첫날 밤에 세데르 만찬을 진행합니다.
2. 세데르 만찬의 진행 순서 (15단계)
세데르 만찬은 하가다(Haggadah, הַגָּדָה, “이야기”)라고 불리는 책의 순서에 따라 진행됩니다. 하가다는 출애굽 이야기와 유월절 의식을 기록한 책으로, 세데르에서 읽으며 식사를 진행합니다.
1. 카데쉬 (Kadesh) - 축복의 포도주
• 첫 번째 포도주(총 4잔 중 첫 잔)를 마시며 기도로 시작합니다.
2. 우르하츠 (Urchatz) - 손 씻기
• 축복 기도 없이 손을 씻습니다.
3. 카르파스 (Karpas) - 초록 채소 먹기
• 파슬리 등 초록 채소를 소금물에 찍어 먹으며 이집트에서 흘린 눈물을 기억합니다.
4. 야하츠 (Yachatz) - 무교병(Matzah) 쪼개기
• 무교병(마짜, מצה) 세 장 중 가운데 것을 반으로 쪼개어 한 조각은 다시 싸서 숨겨 놓습니다(아피코만, Afikoman).
5. 마기드 (Maggid) - 출애굽 이야기 낭독
• 유월절의 의미를 설명하고, 출애굽기 12장을 읽으며 출애굽 사건을 기억합니다.
• “네 가지 질문” (Mah Nishtanah, מה נשתנה)을 통해 어린이들이 질문하고 어른들이 대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6. 로흐차 (Rachtzah) - 손 씻기
• 이번에는 축복 기도를 하며 손을 씻습니다.
7. 모치 마짜 (Motzi Matzah) - 무교병 먹기
• 축복 기도를 한 후, 누룩 없는 빵(마짜)를 먹습니다.
• 이는 이집트를 급히 떠나면서 발효되지 않은 빵을 의미합니다.
8. 마로르 (Maror) - 쓴 나물 먹기
• 고난의 상징으로 쓴 나물(고추냉이, 상추 등)을 먹습니다.
9. 코레흐 (Korech) - 무교병 + 쓴 나물 샌드위치
• 마짜(무교병) + 마로르(쓴 나물) + 하로셋(단 페이스트) 조합으로 먹습니다.
• 이는 이집트에서 겪은 노예 생활의 쓴맛과 하나님의 구원하심을 함께 기억하기 위함입니다.
10. 슐한 오레흐 (Shulchan Orech) - 본 식사
• 이제 실제 식사를 합니다. 주로 양고기, 닭고기, 생선 등 전통 유대 요리가 제공됩니다.
11. 차폰 (Tzafun) - 아피코만(Afikoman) 찾기
• 어린이들이 처음 숨겨둔 무교병(아피코만)을 찾아오는 놀이를 합니다.
• 이것을 발견하면 선물을 받으며, 발견된 아피코만을 먹습니다.
• 일부 학자들은 아피코만이 예수님의 최후의 만찬에서 떡을 떼어 주신 것과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12. 베라흐 (Barech) - 식사 후 감사 기도
• 세 번째 포도주를 마시며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드립니다.
13. 할렐 (Hallel) - 찬양
• 시편 113~118편을 낭송하며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14. 니르차 (Nirtzah) - 결론
• 유월절 의식이 끝났음을 선언하며 “내년에는 예루살렘에서!”(L’Shana Haba’ah B’Yerushalayim, לְשָׁנָה הַבָּאָה בִּירוּשָׁלַיִם)라고 외칩니다.
15. 네 번째 포도주 마시기
• 마지막 포도주를 마시고, 세데르 만찬이 마무리됩니다.
3. 세데르 접시 (Seder Plate)
세데르 만찬에서 사용하는 “세데르 접시”(קערה של פסח, Kearah)에는 다음과 같은 음식들이 놓입니다.
음식 | 히브리어 | 의미 |
무교병 | מצה (Matzah) | 급히 떠나면서 만든 빵 |
쓴 나물 | מרור (Maror) | 고난과 노예 생활의 쓰라림 |
쓴 채소 | חזרת (Chazeret) | 고난의 상징 |
양고기 뼈 | זרוע (Zeroa) | 유월절 제사(성전 붕괴 이후 희생제사 대체) |
삶은 달걀 | ביצה (Beitzah) | 애통함과 희생 |
하로셋 | חרוסת (Charoset) | 벽돌 반죽을 상징하는 달콤한 페이스트 |
소금물 | מי מלח (Mei Melach) | 애굽에서 흘린 눈물 |
4. 신약과 세데르 만찬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날 밤, 제자들과 함께 나눈 “최후의 만찬”(마 26:17-30, 눅 22:7-20)은 유월절 세데르 만찬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예수님이 떡을 떼어 “내 몸”이라 하시고, 포도주를 “내 피”라 하신 것은 세데르 만찬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 무교병(마짜) → 예수님의 흠 없는 몸
• 포도주 4잔 중 3번째 잔(구원의 잔) → 예수님의 피
• 아피코만(숨겼다가 찾은 떡) → 부활하신 예수님을 상징할 가능성
즉, 유월절 세데르 만찬은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과 성찬식의 배경이 되는 중요한 유대 전통입니다.
세데르 만찬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출애굽을 기억하고, 하나님의 구원을 되새기며, 공동체의 신앙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중요한 의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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